안철수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신당 창당을 통해 합당한다고 2일 선언하였다.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은 그가 새 정치를 선언한 지 열 달 만에 헌 정치로 전락하였음을 실증했다.

안 의원은 작년 4월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새 정치’를 펼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는 “저의 당선은 제 승리라기 보다는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라며 “민생문제 챙겨달라. 싸우지 말고 막말하지 말라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안 의원은 그로부터 10개월 만에 걸핏하면 막말하며 싸움질에 나서는 헌 정치 정당들 중의 하나인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였다. ‘새 정치’를 위해 자신을 지지해 준 노원병 유권자들에 대한 배반이 아닐 수 없다.

안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전매특허처럼 외쳐대던 ‘새 정치’공약 덕이다. 안 의원에 대한 새 정치 기대는 그가 헌 정치에 물들지 않은 IT 보안업체 경영자, 백신 개발업자, 대학교수, 등의 이미지에 연유한다. 그가 대중적 인기를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수룩해 보이는 순박성과 참신성을 풍겼던 데 기인했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 주목을 받았고 이어 ‘힐링(치유) 캠프’에 나와 새 정치를 치유하겠다고 마케팅(판촉)하였다. 그는 힐링 캠프에 출연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자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며 구 정치 척결 의지를 명백히 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몰아댔다. 민주당을 ‘호남 기득권 세력’ ‘낡은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과 함께 민주당도 싸잡아 비판하였다. “가장 큰 책임은 국정원을 정파의 도구로 타락시킨 이명박 정부에 있지만 민주(당) 세력 10년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 의원은 민주당을 ‘호남 기득권 세력’ ‘낡은 세력’이라고 매몰차게 내쳤으면서도 자신이 질타한 그 낡은 ‘호남 기득권 세력’과 합당키로 했다. 그는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낡은 정치인들 중 하나임을 입증해주었다. 도리어 낡은 세력 보다 더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동안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 격이 되고 말았다.

더욱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은 안 의원이 합당 발표 이틀 전만 해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호소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민주당을 “날려달라”고 절규한 지 이틀 만에 바로 그 민주당의 품에 안겼다. 대학교수를 지낸 지성인으로서 순수성과 진정성은 간 데 없고 정상배 같은 잔꾀만 가득해 보였다.

물론 안 의원은 독자적인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인물난과 자금난에 직면, 민주당과 합당했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될 것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백신개발 업자에게 쉽사리 대권 후보를 넘겨줄 리 없다는 데서 그의 대선후보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김치국 부터 마신 격이다.

안 의원은 한 달 전만 해도 야권과의 연대론에 대해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이틀 전에는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외쳤다고 했다. 안 의원의 민주당 합당은 그 자신이 바로 ‘날려’ 보내야 할 낡은 정치인이고 ‘새 정치’를 할 만한 ‘자신감’도 없으며 ‘패배주의’로 가득찬 사람임을 노정시켰다. 그는 국회의원 열 달 만에 ‘새 정치’구호에서 낡은 정치 세력으로 퇴화했다. 정치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신뢰 상실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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