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업소와의 전쟁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몇 년 사이 각 지자체들이 해당 지역에서의 ‘퇴폐업소 근절’에 대한 의지를 앞다투어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고급 룸살롱과 변태 업소가 있는 강남구청에서도 이를 선언하는가 하면 목포 등 다수의 지자체들도 ‘퇴폐업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역에 풍속 업소가 있는 것이 지역의 이미지에 좋지 않고, 더욱이 불법 업소들이니 근절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실 현실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제서야 지자체들이 퇴폐업소 근절에 나섰다’고 반기는가 하면 또다른 일부에서는 ‘아무래 그래봐야 근절 되지 않는다. 그냥 전시행정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직접 업소를 운영하는 목소리는 과연 어떨까. 그리고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퇴폐업소의 근절은 너무도 당연한 시대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전시행정이든 아니든 너무도 당연

한 명분을 가지고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도시이다. 최근 한 헐리우드 영화 제작이 서울에서 이뤄진 것만 봐도 그렇다. 당시 영화제작자들은 ‘최첨단 IT 도시’의 배경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서울이다. 그만큼 서울이 전 세계적인 도시로 급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 바로 서울 곳곳에 산재해 있는 퇴폐업소들이다. 이들 업소들은 한국 자체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따라서 각 지자체들이 이러한 퇴폐 업소 근절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러한 ‘근절’ 이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행정의 경우 연속성이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한 지자체 수장의 임기가 끝나게 되면 과거에 진행되던 정책들이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단순히 지자체장의 ‘임기’만을 보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것이 바로 퇴폐업소의 근절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번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업소들이 있는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퇴폐 업소 근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제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여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취재진은 강남에서 지난 10년간 룸살롱을 운영했다는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 순간에만 몸을 낮추면 된다?

“사실 그런 발표에 우리 업자들은 콧방귀도 안뀐다. 뭐 그런 일들이 한두번 있었나? 대개 임기 중에 한번씩은 ‘명품도시’니 ‘지자체 이미지’니 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경찰력이 동원되더라도 쉽지 않은 것이다. 이미 다 겪어봤기 때문에 그런 행정을 추진할 때에만 반짝하고 몸을 움츠리면 그만이다.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다. 자신들은 전시행정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우리들이 볼 때는 그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실제 취재진이 만나본 다양한 업주들도 모두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들의 논리 또한 비슷했다. “이제까지도 그런 일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건재하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주장은이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퇴폐업소가 생긴지 이미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근절’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소들이 지역 상권에 기여하는 힘이나 세금을 내는 수준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근절’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한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들도 엄연히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강남만 봐도 그 많은 업소들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업소를 모조리 없앤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거기다가 우리가 한꺼번에 없어지면 서민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또 기업들은 어디에서 접대를 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근절’이라는 말 자체가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다.”

일하는 아가씨들도 적극 반대

업주들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퇴폐업소의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직접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좀 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그럼 우리는 뭘 먹고 살라는 이야기인가?’라는 것이다. 실제 아가씨 경력 3년차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들도 이런 데서 일하고 싶어서 일하겠나? 어쩔 수 없이 가진 기술이 없어서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업소들을 근절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먹고 사는 터전을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 물론 퇴폐업소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무슨 사기를 쳐서 돈을 뺏는 것도 아니고 강도질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무작정 업소들을 없애버리겠다고 하면 여기에서 일하는 수많은 아가씨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이러한 것을 단지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없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가씨들만 아니라 접대를 하는 직장인들도 이러한 처사에 강력반대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접대라는 것이 과거보다는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외형적인 모습일 뿐, 직장인들은 ‘접대는 기업활동의 매우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아무리 비즈니스라는 것이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밀감이라는 것도 있어야 하고 또 상대의 고마움에 대해서 ‘술한잔’ 사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접대활동을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는 이야기다.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접대란 한마디로 기업활동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접대가 없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축소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일부 접대가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기업이 있다고 치더라도 다른 부분으로 접대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접대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곳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퇴폐 업소’라는 이유로 없애서는 안 된다고 본다.”(대기업 영업직 사원)

“더 중요한 것은 접대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이 업체에 하도급을 주거나 저 업체에 하도급을 주거나 다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갑의 기업들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당연히 접대를 잘 해주는 업체에 일을 주지 않겠는가? 그런데 접대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행정당국이 이런 일을 그냥 ‘퇴폐업소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들이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퇴폐업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업소들과 연결되어 있는 주변을 전반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해당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 대한 것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퇴폐행위’를 방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행위들이 계속해서 방치될 경우에는 국가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성폭력이나 성추행 등 성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의 요소는 철저하게 추방하되,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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