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는 과연 로마 제국의 영웅인가 역적인가

 셰익스피어 최고의 정치심리극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오는 6월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브루터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긴 이 작품은 1598년과 1601년 사이에 출판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으로 추앙 받던 시저를 살해했지만 결국 실패한 혁명이 되고 마는 로마 역사의 대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로마사의 영웅인 시저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줄리어스 시저>는 국내 공연사례가 많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 비해 연구도 미미한 편이다. 김광보 연출은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을 과감하게 없애고 16명의 남자배우들만으로 구성된 에너지 넘치는 무대 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물 심리와 갈등을 그려낸다. 이 작품은 명동예술극장 세계고전시리즈이자 2014년 두 번째 제작공연으로, 김광보 연출과 배우들이 생생하게 불러낸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서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시저의 오랜 부하이자 고결한 성품을 가진 브루터스는 시저를 존경하고 사랑했으나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하여 공화정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을 걱정했다. 시저 암살 음모를 꾸미고 있던 카시어스 일당은 이런 브루터스의 염려를 이용하여 그를 역모에 끌어들인다. 시저는 공화당에서 암살자들에 둘러싸여 수없이 많은 칼에 찔렸다. 암살자 가운데서 자신이 그토록 총애하던 브루터스를 발견한 시저는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린 채 죽음을 받아들였다.

로마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시저를 암살한 브루터스는 시저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대의명분을 자신 있게 밝혔을 뿐 아니라 안토니가 시저를 추모하는 연설을 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하지만 안토니는 그의 추도사에서 로마 시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며 피로 얼룩진 시저의 시신을 보여주고, 로마 시민들에게 자신의 사유재산을 나누어주라는 시저의 유서를 낭독한다. 로마 시민들은 안토니의 연설을 듣고 시저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분노한다.

“이 연극의 전제는 실패한 혁명”이라고 말하는 연극 <줄리어스 시저>의 김광보 연출은 혁명을 일으킨 이들이 과연 영웅적 인물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혁명 공모자들 또한 그들이 죽인 시저와 같은 모습이며, 전쟁의 끝에는 승패가 아닌 스스로 파멸하는 한심함이 있을 뿐이라면서 또다시 반복될 ‘역사’의 순환구조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음모를 둘러싼 인물 내면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가 이번 공연의 관건이다. 김광보 연출은 거세게 몰아치다가도 숨죽이며 흐르는 극의 흐름에서, 정치 뒤에 숨어 있는 치졸함, 명예에 대한 욕망,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광기에 휩싸인 인간 본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자 했다. 특히 원작에 있던 여자 배역을 과감히 없애고 남자배우들만의 에너지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동선, 밀도 있게 진행되는 인물들의 대립구도와 격렬한 논쟁은 재미와 박력을 함께 갖춘, 김광보 연출만의 무대로 탄생했다.

시저 암살자들은 과연 영웅적 인간들인가. 혁명의 명분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이들 내면의 갈등과 욕망 때문에 시작되고, 결국 그로 인해 무너진다. 시저 암살을 공모하는 자들의 목표는 하나지만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인물 각각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내는 이번 무대를 위해 손종학, 윤상화, 박호산을 비롯한 16명의 배우들은 대사 이면에 숨은 말의 의도, 인물의 심리를 파헤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정리=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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