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을 한 40대 남자가 다른 남성들을 유혹해 금품을 갈취해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빼어난 ‘미인계’ 를 바탕으로 이미 두 차례나 동일전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여 다른 범죄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임을 밝혔다.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1일 성관계를 미끼로 남성을 유인해 돈을 훔친 혐의로 이모(42·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초부터 여장을 한 채 나이트클럽이나 술집 등 유흥가 주변에서 남성들을 유혹해 금품을 갈취해 온 이른바 ‘남자꽃뱀’ 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씨는 동년배격인 40대 중년 남성들에게는 “남편이 외국에 가서 외롭다. 술이나 한 잔 하자” 며 유혹했고 20~30대 연하남들을 상대로는 “누나랑 놀아주면 용돈을 두둑히 주겠다” 고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을 유혹한 뒤 모텔로 유인해 성관계를 갖자는 제안을 한 후 남성들에게 샤워를 유도했다.남성들이 샤워를 하는 동안 이씨는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나는 범행방식을 택했다. 샤워를 거부하는 남성에게는 절대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완강히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샤워시간이 짧아 범행을 저지를 틈이 없는 경우에는 “생활고에 찌들어 생활이 어렵다.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꼭 갚겠다” 는 수법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간혹,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성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면 이씨는 줄행랑을 치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신에게 성행위를 하도록 유인한 뒤 이를 약점잡아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경찰은 “위와같은 방식으로 최근 6개월 동안 이씨가 모은 돈은 총 1,800만원 가량” 이라고 전했다.경찰 조사결과 드러난 이씨의 범행 동기는 유흥비 마련과 자칭 ‘그이’라고 하는 첫사랑에 대한 복수심. 이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과 애인관계였던 ‘그이’와 사귀었고, ‘그이’가 군대를 가기 전 한 몸이 됐었는데, 제대 후 변심해 살인을 모의하게 됐다. 그이를 죽이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여장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라고 밝히며 “스스로 남자가 아닌 여자라고 생각해 30년 넘게 여자처럼 생활해왔다”고 여장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가 없어 이씨의 여장 행각은 손쉽게 이뤄졌었다. 일정 주거지도 없어 낮엔여관에 있다 밤이 되면 여장을 하고 나왔기 때문에 이씨가 남자라는 사실을 눈치챌만한 사람은 없었다.또, 이씨의 여장솜씨는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출중한 ‘미모’ 로 인해 피해 남성들은 이씨가 여장남자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이씨를 본 피해자들은 경찰 진술을 통해 한결같이 “긴 생머리와 짙은 화장으로 인해 남자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호리호리한 몸매에 골격도 작아 완벽한 여자인 줄 알았다”며 “꽃뱀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지나고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하다”고 털어놨다.완벽한 분장을 위해 이씨는 휴지나, 풍선 등을 이용해 가슴을 만들지 않고 실리콘을 사용했으며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는 입지 않고 주로 청바지나 긴 치마를 착용했다.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목소리나 말투도 상당히 여성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 등 여성들이 주로 즐겨 쓰는 말투를 사용해 상대 남성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자기최면이 워낙 강해 자신을 여자로 인식할 뿐이지 조사결과 성도착증이나 정신질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이씨가 예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두 차례나 구속된 적이 있었다. 3년 전에도 여장남자 행세를 하면서 절도행각을 벌이다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 절도행각도 출소한 지 석달만에 다시 이뤄진 것” 이라고 말하면서 “동일전과가 있는만큼 추가 범죄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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