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의 ‘생각대로 YES’ 재보선 후폭풍 ‘안-김 정치 NO’

▲ photo@ilyoseoul.co.kr

7.30 재보궐 선거에 대한 성적표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기로에 섰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전략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기동민,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천정배 공천배제’ 등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한길 대표의 ‘신의 한수’에 안철수 대표, 김두관 후보, 손학규 후보 등도 코너에 몰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이번 공천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미‘재보선 성적표’와 무관하게 ‘비대위체제 후 조기전당대회론’이 힘을 받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김한길 대표의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 같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 동작을 후보 사퇴에 대해 손학규 측 한 인사는 김 대표의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기 전 부시장의 사퇴는 장기적으로 몸값은 올라갔지만 지금 현재로선 상처를 입었다. 이는 박원순 시장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김 대표와 관계가 좋은 수원 영통 박광온 후보는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사퇴하면서 ‘임태희-박광온’ 대결구도로 굳어졌다. 이에 반해 손학규 후보는 수원에서 가장 힘든 팔달, 김두관 후보도 김포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대표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공천과정에서 안 대표와 결별했다. 이는 김 대표가 “대권 경쟁자들을 하나씩 코너에 내몰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한다”고 말했다. 즉 김 대표가 경쟁상대를 제거하고 측근들을 심기 위해 전략공천을 했다는 얘기다.

김한길 ‘신의 한수’ 당내 비판여론 확산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재보궐 선거 공천 과정에서 벌어졌던 사안을 살펴보면, 당내 인사들조차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3일 지도부는 ‘기동민 서울 동작을 카드’를 현실화했다. 이날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을·병·정, 광주 광산을 등 5곳을 전략공천지로 결정하면서 당초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로 불러들였다. 박원순 시장 1기 시정 때 정무수석·정무부시장을 지낸 박 시장 측근으로, 박 시장의 인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동작을에 출마한 안철수 대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내려 했으나 당내 반발이 컸다. 결국 금 전 대변인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 안 대표 곁을 떠났다. 또 기 전 부시장이 뜻을 접어, 본선에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링에 올라갔다. 기 전 부시장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의 우정에도 금이 갔고,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또 손학규 후보도 김 대표의 시나리오대로 됐다. 수원 영통지역의 김진표 전 의원이 손학규 사람으로 이 지역에 나갈 경우 손 후보의 당선이 예측됐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선당후사’를 거론하며 손 후보를 경기도 지역구 중 분당 다음으로 힘들다는 수원 팔달 지역 출마를 종용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후보도 손 후보와 비슷한 처지다. 이장과 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냈지만 경기도 김포와는 연고가 없다. 김 후보 측에서는 제2의 고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홍철호 전 김포시당협위원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역 토박이론’을 앞세워 김 전 지사와 승부를 펼치고 있다. 더구나 3선 국회의원에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지낸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김 후보로선 힘든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친노계 강경파인 천정배 상임고문의 광주 광산 지역 공천 배제 역시 ‘천정배 죽이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광주 광산을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천 고문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하자 이에 반발해 ‘경선’을 주장했다.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함으로써 천 고문이 더 이상 반발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무엇보다 김 대표를 흔들 수 있는 인사들을 ‘코너’에 몰아붙인 격이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당내에선 “원칙도 전략도 없는 공천으로 선거를 말아 먹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전략공천을 했고, 당내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7월 재보궐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 지형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참사와 세월호 정국의 여파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비교적 많았다. 그러나 공천실패 등으로 인해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재보궐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도부의 독선을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우(김안) 피하려다 늑대 (친노)만날 수도…”

구 주류 측 한 인사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도 내용도 납득하지 못할 공천 과정의 내용을 따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론이 힘을 받기 위해선 재보선 결과 성적표를 들고 따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내부 분란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친노(친노무현)ㆍ486ㆍ정세균계 등 구 주류들은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후 조기전대’까지 요구할 태세다. 특히 당 지도부가 견제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 김두관 후보가 당선되면 지도부 흔들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은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모든 계파가 김ㆍ안체제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당권 도전 후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손 후보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전당대회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김부겸 전 의원,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신 천정배 전 의원, 정동영 전 장관, 김두관 후보, 정세균 전 대표, 문재인, 추미애, 김영환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또한 김한길 대표도 조기전대가 치러져도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면서 계파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계와 정세균계, 정동영계, 문재인 의원을 포함한 친노,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신 주류 등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당권 및 대권 분리론이 부상하고 있다. 대권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만이 대표직 경선에 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지도부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경우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전병헌 전 원내대표, 김동철 현 산업위 위원장 등이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대권 후보들은 당권 도전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권만을 보유한 새로운 지도부는 20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며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른바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박지원-이해찬-문재인, 원내대표-당대표-대선후보’ 담합 논란이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어, 당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체제는 이상 무! 승리시 영향력 굳건

한편, 새누리당은 7·30 재보궐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당 지도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고, 공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보궐 선거가 김무성 체제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 선거라는 점에는 큰 이변이 없다. 김 대표 체제는 재보궐 성적표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면 김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 주류 등 김 대표에게 태클을 걸기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당·청 관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이 패배할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어도 선거전략 등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밀었던 친박주류가 김 대표를 흔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7122love@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