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양육비 받지 못한 한부모가정 83%
50만 원대 받자고 변호사 선임하기도 어려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2년 한부모가족 실태 조사에 의하면 그 동안 한 번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양육비 채권자)가 83%에 달하는 등 양육비 이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육비 지급이 사회문제로 지적되자 지난 2월 28일 양육비 채권자가 비양육 부 또는 모(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 3월 25일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다.

복리 위태 가정에 9개월 先 지원

법률의 주요 내용은 양육비 채권자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두고, 양육비 채권자를 위한 상담, 양육비 채무자의 소재 파악 및 재산·소득 조사, 금융정보 조회, 양육비 관련 소송 대리 및 채권추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됐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국가가 최장 9개월 범위에서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여성가족부령)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위 법률이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기본적으로 양육비 채권자가 양육비 채무자에게 직접 양육비를 청구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그 지원을 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예비 납세자를 양육하는 것으로서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적인 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채무자 강제집행 엄두도 못 내

이혼을 하거나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한 후 부모 일방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그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유기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부모의 갈등이 깊은 상태에서 이혼을 하게 된 경우 이혼 후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기란 더욱 쉽지 않다.

갈등이 깊어진 상태에서 양육비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양육비 채권자는 양육비 채무자를 상대로 강제집행(급여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 이행명령신청, 양육비직접지급명령신청 등)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갈등은 더 깊어진다.

많은 양육비 채권자는 강제집행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비 월 50만원 내지 100만원을 받자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쉽지 않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무료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지만 매번 찾아가 법적인 절차를 의뢰하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 쉬운 일이 아니다. 법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을 찾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공적기관의 이행 관리 필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양육비이행관리원이라는 법률구조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양육비이행관리원 등 공적기관에서 양육비 채권자로부터 양육비채권을 양도받거나 추심을 포괄적으로 위탁받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은 후 양육비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양육비 이행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양육비 채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강제집행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보복이 두려워 양육비 받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공적기관에서 양육비 이행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경우 양육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거나 이혼할 때 한꺼번에 지급한 선량한 양육비 채무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혼할 때 양육비 채권자의 요구에 의하여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도 하는데, 그 양육비를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사용하지 않고 양육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경우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받은 양육자는 비양육자에게 또다시 양육비를 청구하거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음에도 양육비 증액을 청구하기도 한다.

갈등 커지면 면접교섭 악영향

이혼한 부모가 양육비 때문에 직접 접촉하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 면접교섭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는 면접교섭 때문에 양육비를 포기하기도 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면접교섭을 방해하기도 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면접교섭을 아예 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도 적지 않다.  양육비이행관리원 등 공적영역에서 양육비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경우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 채권자의 신청 등 별도의 절차가 없더라도 조기에 재산조회 등 법적조치를 함으로써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우리 실정에 맞는 전담기구 모델을 구체화하는 등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법률의 개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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