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사범 교육 프로그램의 허와 실


최근 사정기관의 한 직원이 성 구매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러나 이 직원은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하루 동안 교육을 받고 8시간 만에 풀려나왔다. 이후 항간에는 경찰과 공무원의 검은 거래가 오간 게 아니냐는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경찰은 “엄연히 사법당국에서 만든 합법적인 교육을 받고 풀려난 것”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이른바 ‘존슨교육’을 받고 나왔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슨교육은 성 구매 혐의로 체포된 ‘초범’ 남성들에게 형사 처벌 대신 재범방지 교육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해 8월 법무부에서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원래 정확한 명칭은 ‘존 스쿨(John School) 교육’이다. 이는 1995년 미국에서 시작, 성 구매 혐의로 체포된 남성들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실명 대신 가장 흔한 이름인 ‘존’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하지만 성 구매 남성 및 관련자들 사이에서 와전돼 최근에는 ‘존슨교육’으로 불리고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요서울>은 아직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존슨교육의 구체적인 운영실태 및 문제점을 취재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 4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음성적·변종 성매매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성매매 알선자는 물론, 성매매 여성 뿐 아니라 성 구매 남성까지 그 처벌 대상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법무부는 성 구매 혐의로 처음 적발된 ‘초범 남성’에게 성매매 근절 교육을 받게 하는 ‘존 스쿨’ 교육을 도입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초범 남성에게 존 스쿨 교육을 추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스쿨 교육 도입 이전에는 성매매 초범에게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됐었다. 때문에 재수가 없었다거나 돈으로 떼우고 말자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교육만 받으면 처벌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존 스쿨 교육 운영방식
검찰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성 구매 남성 8,591명이 존 스쿨 교육 명령을 받았다. 2005년 8월부터 12월까지 3,210명, 2006년 1월부터 8월까지 5,381명이다. 8월 이후 교육을 받은 성 구매 남성은 아직 추산하지 않았지만, 현재 교육 명령을 받고 대기 중인 초범들을 합하면 1만 명은 거뜬히 넘는다는 분석이다. 교육을 받는 참가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며, 그 중 30대 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22개 보호관찰소 중 주민등록 주소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교육 인원은 보통 50명 안팎이나 사정에 따라 다르며, 하루 8시간, 7교시 수업으로 진행된다. 교육 내용은 강의 청취, 역할극, 토론 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교시에는 이곳에 모인 참가자들을 분석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는 시간이 주가 된다. 참가자의 성매매 경험, 성매매 및 처벌법에 대한 인식, 성생활 만족도 등에 대한 것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2교시에는 여성단체 관계자를 강사로 초빙, ‘성매매의 범죄성과 해악성’을 교육한다.
3교시에는 과거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이 강사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경험담을 통해 성매매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반 인권적인지 들려주는 것이다.
4교시는 성매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배우는 시간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관계자가 성매매로 생길 수 있는 각종 성병에 대해 강의한다.
5교시에는 참가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 및 부인 등의 역할을 맡아 ‘소시오 드라마’를 만든다. 연극을 통해 여성 역할을 체험함으로써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수업은 성매매가 타인에게 미치는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남성중심의 사고방식과 성에 대한 잘못된 습관 및 행동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수업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의 역할극이 끝나면 성매매 욕구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참가자들이 토론하게 된다. 이것이 6교시 수업이다. 이 시간에는 차후 성매매 재범을 막기 위해 스스로 통제 계획도 짜고 참여자들 앞에서 이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시간에는 최종 설문조사를 실시,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인지도 변화, 성문제의 자각 변화 등을 사전, 사후로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존 스쿨 교육으로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성매매 관련자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고 재범 발생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교육이 얼마나 실행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긍정적인 교육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금만 내면 그만’이 아닌 ‘교육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성범죄가 만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존 스쿨 교육을 받은 이수자들과 접촉한 결과, 그들은 ‘성매매를 범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는가 하면, 심지어 초범에게만 적용되는 존 스쿨 교육을 받고도 재범자가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여성과 차별(?) 지적
실제로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성매매 행위자 간에 차별이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매매 여성은 50시간의 교육과 6개월의 보호관찰과 상담위탁을 받는 데 비해 남성들은 단 8시간 교육만 받으면 범죄처분이 끝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차별적 처리는 성매매범죄 원인을 여성에게만 국한시켜, 구매자들은 여전히 성매매는 범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법무부에 재범률 통계 및 현 운영 실태에 관해 물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통계를 내지 않았다. 연말이라 정신이 없다. 내년이나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 쪽에 임무를 떠넘기기에 바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쪽에서는 사건 조사 및 처리접수만 하고 있다”며 “현재 성매매전담 검사 및 수사 조사관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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