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연 교수 개인전>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장갑작가’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정경연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오는 29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일상적인 오브제의 조형화'라는 일관된 주제를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1, 2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의 3개의 방으로 나눠진 공간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무제>와 <하모니>, <어울림>, <블랙홀>이라는 작품명이 수없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색다르게 구사됐다. 그가 유학을 하던 대학 시절, 작품활동에 손이 틀세라 걱정하던 어머니가 보내주신 면장갑은 일생동안 작품을 구사하는 캔버스 역할을 한다. 

작품은 한 개의 면장갑을 영역별로 분할해 각각 염색을 하거나 물감을 채워 말리고 찌거나 다림질해 캔버스에 고정시키고 붙이는 작업을 반복기법으로 구사했다. 그는 장갑이라는 질감을 살려 조형적인 오브제를 얼마나 잘 구현해 내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그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수행’이라고 직언했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이러한 가치관을  엿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2000년대 초반의 모노톤의 작업으로 시작해 1990년대의 설치와 비디오작업으로 각 종교와 세대간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했다. 다양한 색과 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함으로써  통일된 주제를 보여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는 회화작품과 설치작품, 비디오 작품 등 총 30여점으로 구성된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한국·과천), 서울시립미술관(한국·서울), 삼성미술관 리움(한국·서울), 후쿠오카 미술관(일본·후쿠오카), 선재현대미술관(한국·경주), 타이페이시립미술관(대만·타이페이), 도야마미술관(일본·도야마), 홍익대학교박물관(한국·서울), 대림미술관(한국·서울), 워싱턴여성미술관(미국·워싱턴), 대만국립역사박물관(대만·타이페이)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한 미술평론가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은 “자기 세계를 환원적인 방법으로 천착해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단히 외연적(外延的)인 자기확대를 꾀하는 경우가 있다. 정경연은 80년대 초 국내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역정(歷程)을 되돌아보면 끊임없는 환원의 방법으로 자신을 가꾸어왔다. 30년에 이르는 시간을 통해 하나의 모티브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하모니><어울림> 등에 나타나는 색채에 대한 관심은 극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문 것 같으며 <블랙홀>에 와서는 다시 단색조의 기조로 환원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나 장갑이란 기본적인 형태를 벗어나고 있지 않던 지금까지의 경향에 비하면 <블랙홀>은 장갑이란 형태에 대한 극히 잠재적인 현상 외에 적극적인 작용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선 중심과 주변으로의 확산이란 논리에 의한 구성이 압도하고 있다. 그것이 주는 형식은 어느 절대의 공간을 향한 염원으로 떠오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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