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전쟁’…제롬 파월 “높은 수준 금리 유지”
긴축 완화 기대 ‘무너져’…휘청거리는 유가증권 시장

삼성전자가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5만전자를 탈출하는 동안 '물타기' 나섰던 개미들이 제롬 파월 미연준(Fed) 의장의 긴축 유지 발언에 울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전자 탈출 후 회복세를 보이다 2개월만에 다시 5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창환 기자]
삼성전자가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5만전자를 탈출하는 동안 '물타기' 나섰던 개미들이 제롬 파월 미연준(Fed) 의장의 긴축 유지 발언에 울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전자 탈출 후 회복세를 보이다 2개월만에 다시 5만 원대로 떨어졌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겨우 6만 원대로 올랐던 삼성전자가 다시 5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5만전자의 수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높은 수준의 금리 유지’ 발언에 뉴욕 증시 등 글로벌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는 등 국내 유가증권시장 역시 전반적인 하락세다.

지난 26일 잭슨홀 경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은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를 일축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제약된 정책적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이른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과도 같은 이 발언 이후 환율 시장과 유가증권 시장은 정면으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국내 코스피(KOSPI)를 포함해 일본 닛케이와 대만 자취안지수, 호주 S&P/ASX 등 아시아의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환율 시장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섰고, 전무가들은 당분간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에 유로화와 엔화 및 위안화 등의 약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1400원 대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제롬 파월, 매파 전환1년 정책 실패아픈기억

이번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 정도로 판단했다가 뼈아픈 정책 실패를 겪은 데서 나온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동일한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른바 ‘싹’을 잘라 놓는 분위기라는 것. 

허재환 유진 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1년 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왜 한시적인지 자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라며 “(이번 긴축 유지 언급 이유는) 또 한 번의 정책 실패 우려가 작용했을지 모른다”고 풀어냈다.

결국 오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에서 다시 한 번 금리를 0.75%까지 올리는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이 예측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됐다. 

제롬 파월의 발언에 따른 파장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을 미치며 우하향 곡선을 만들어냈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나서서 순매도로 전환하며 주가 급락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팔자외국인·기관 순매도…‘물에 빠진개미

지난 6월 이후 가까스로 오름세 전환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던 삼성전자는 6만 원대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5만전자로 돌아왔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도 하반기 불투명한 전망이 이어진 가운데 겨우 6만 원을 회복했으나, 2개월 만에 다시 5만 원대로 떨어진 것.

지난 5~6월에도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사상최대 분기 실적을 연거푸 이뤄냈음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던 삼성전자다. 그러다 1분기와 2분기를 모두 합쳐 상반기 최대 실적으로 개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 섞인 예측이 나오고 있었던 상황에 제롬 파월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었다. 

사실 최근 미국의 긴축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 증권가에서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 완화’ 관련 발언이 나올까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행보를 보여 왔기에 지난해 ‘한시적 인플레이션’으로 풀이했던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풀이돼 왔다. 

이에 삼성전자에 ‘물타기’로 반전을 노리던 개미들은 이번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큰 타격을 입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증시가 6월을 지나며 반등했고, 이런 흐름 속에 개미들은 이른바 ‘빚투’에 나섰다. 지난 22일 기준 신용거래잔고가 19조5000억 원대까지 늘었다. 지난 6월 17조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조 원이 넘게 늘어났다. 

결국 2조 원의 ‘빚투’는 개미의 물타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6월까지만 하더라도 5만전자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가 6월을 벗어나며 서서히 반등하자, ‘물타기’가 시작됐고, 7월부터 오르는 분위기 속에 상반기 실적까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대 속에 2조 원이 넘는 ‘물타기’를 시전했던 개미들이 다시 5만 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를 보며 ‘물에 빠진’ 셈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오는 9월2일 미국 고용보고서를 비롯해 9월21일 FOMC가 있기 전까지 주가가 오를 만한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며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주가가 반등할 만한 소재는 없다. FOMC는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이고 주가 하락 분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분간 개미들의 아우성이 들려 올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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