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의주식 성과 실제 수익으로 속여, 전부 빛 좋은 개살구다”

[일요서울 | 박재성 기자]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유도하는 ‘주식리딩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접수된 주식리딩방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5643건으로 전년(3148건) 대비 1.8배 증가했다.

주식리딩방은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유료 회원을 모집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금융감독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신고 업체 수는 약 2000개다. 이들 업체는 놀랄만한 수익을 내는것처럼 속여 고객을 모았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다.

주식리당방 A씨 유사투자자문업체 근무 당시 컴퓨터화면
주식리당방 A씨 유사투자자문업체 근무 당시 컴퓨터화면

일요서울은 주식리딩방 전직 직원 A씨를 만나 그들의 교묘한 수법을 들어봤다. A씨는 전직 유사투자자문업체(이하 유투업체)에 3개월 정도 근무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금융업권 진입을 목표로 했던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러나 관련 업계 취업은 쉽지 않았고 이력서를 넣었던 곳 중 유투업체에만 합격해 다니게 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일반적인 ‘투자전문’ 회사가 아니라 그저 순진한 사람들을 모집해 높은 수익률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며 현혹하는 회사였다.

- 고수익 보장한다고 광고하거나 고가의 일회성 종목추천 계약 유도
- 소비자 피해 신청 전년 대비 2배 급증...적발 시 과태료 부과 방침

A씨는 “(이 회사를)소비자에게 투자종목을 추천하는 업체라고만 생각했다. 일반적인 자산운용사보다 설립요건이 덜 까다로워서 ‘유사’가 붙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하다보니 논란이 되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걸 알았고 바로 퇴사를 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인터뷰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A씨와 일문일답이다.  

- 유투업체(리딩방)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

▲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내는 DB팀과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영업팀으로 구성돼있고 영업팀이 회원가입을 유도해 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이 회사의 경우 부장 한 명 아래 총 5개의 팀으로 구성됐다. 부장이 6명쯤 있었고 사무실도 강남에 13층에 있어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일 것이다. 우선 1팀은 DB를 모으고, 2~5팀은 영업을 담당했다. 

업무의 시작은 회원을 모집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DB를 수집하는 1팀은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작위로 “투자가 필요하면 도와주겠다”와 같은 문자를 보낸다. 사람들이 안속을 것 같지만 이에 응하는 사람들이 꼭 100명에 3~4명씩은 있다. 이런 문자를 하루에 한 번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낸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하다보면 금방 80여 명 정도의 사람이 모이게 되고 이 사람을 모아 단체 채팅방 소위 ‘리딩방’을 만든다. 이 리딩방은 한 팀당 10개 이상 운영됐다. 

여기서 부터는 2~5팀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80여명이 모인 방에 가서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투자수익률을 사진과 도표로 알기 쉽게 공개한다. 사용된 사진은 주로 모의주식을 마구잡이로 돌려서 올려진 수익이다. 그리고 합성된 것도 많다. 이를 보고 개중에 2~3명은 가입하게 된다.   

-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현혹하는지

▲ 리딩방 가입 후 유투업체 직원들이 리딩방에 잠입해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기 투자해서 떼돈 벌었다”, “250%수익률이 났다”는 등의 말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실제 회원이라고 칭하는 직원이 나서서 자신의 통장 잔고 변천사를 보여준다. 그 직원은 “이곳에 있으면서 자신의 인생이 180도 달라졌고 이 회사에 너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는 고급스러운 집·자동차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후기를 전하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추천받고 투자한 회원이라면서 이 회사의 권유로 현재 엄청난 수익이 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환호하는 목소리 녹음을 통해 리딩방에 전파한다. 그러면서 회원가입을 유도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

- 또 다른 현혹 방법이 있다했는데

▲돌파(선취매를 의미하는 사내 은어)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다. 내부 직원이 특정 주식을 선매수한다. 그리고 리딩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 주식이 오름세”라고 얘기한다. 지금이 적기라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얘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을 구매하게 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내부 직원은 조금의 수익을 내고 전부 팔아버린다. 반면 고객들은 그걸 믿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

-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은 어떻게 하는가

▲ 입사 후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이 ‘환불대응법’이다. 모집한 회원이 유투업체의 조언에 따라 투자를 했으나 손실을 입은 경우에 회원권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요구를 무마시키는 ‘대본’이 있는데 그 내용을 먼저 숙지했다. 가령 피해를 호소하면 "회원가입할 때 적은 계약서에 보면 투자손실에 따른 책임이 전적으로 투자자한테 있다"고 했다. 또 경기 침체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책임지라하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투자자를 몰아 세운다고 한다.

- 회원을 모집하면 인센티브가 있나

▲ 있다. 하지만 단순히 '1명당 얼마’ 이런 식은 아니다. 직원 한명이 4명의 회원을 모집해도 인센티브는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5명을 모집하면 총 모집금액의 10%정도를 떼 주고 6명을 모집하면 직원이 받은 인센티브의 금액은 엄청나게 늘어난다.유투업체 기준 회원 가입비가 2000만 원이었는데 5명을 모집하면 회사에 1억 원 수익을 가져다 준 셈이고 그 대가로 1000만 원을 받는 것이다. 만약에 직원 한명이 4명을 모집했다고 하면 추가 회원 한명으로 1000만 원이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원들은 회원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 실제 투자전문가 또는 금융권 출신 전문가가 있는가

▲ 단언컨데 단 한명도 없다. 증권맨 출신도 단 한명도 없다. 입사자들의 면모를 보면 20대 초반으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친구도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금융’과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직업에서 근무한 사람이 거의 모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리딩방에서는 ‘전문가’행세를 하고 있다.

- 피해자에게 한마디 말하면

▲제도권 금융회사를 조회한 뒤 투자에 대해 판단하길 바란다. 유투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까다롭지 않다. 일반적인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유투업체는 사업자 등록만 해도 된다. 일반적으로 ‘유사’가 붙으면 웬만하면 사기업체니 조심하길 바란다. 금융투자협회에 회사명을 조회하면 다 나오니 검색해보고 충분히 알아본 후 이용하길 바란다. 


한편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불건전영업행위 및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해 과태료 부과에 동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허위·과장 광고 금지 의무를 신설하고 손실 보전이나 이익을 보장한다는 약정을 금지하며, 허위·과장 광고의 금지 의무 위반 시 형사 처벌 또는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김병욱·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진입과 퇴출 규제도 정비된다. 유사 투자자문업은 신고제로 운영돼 사실상 진입요건이 없고, 세법상의 개인사업자도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금융위는 유투업체의 시장 진입과 관련해 신고 수리의 거부 사유를 확대하고 거짓 및 부정 신고 시 형사 처벌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법안에 동의를 표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