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재성 기자] 지난해 11월 세계 4위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일명 ‘FTX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침체에 빠뜨렸다. 그 여파는 국내에도 영향을 끼쳤다. FTX 파산 사태 피해자모임 채팅방에 접속했을 때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채팅방에서 이 사건의 기사를 공유하던 B씨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B씨는 “자신은 4000만 원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 금액은 피해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적은 액수다”라고 말했다. 그가 알고 지낸 다른 피해자 중에는 피해 규모가 억 대도 수두룩했고 수 십 억대도 있다고 했다.

- 이 사태,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

B씨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FTX를 선택한 이유를 “세계 4위 거래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거래소를 선택할 당시 FTX와 FTX부산이 연결된다는 소식이 복수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FTX가 빗썸을 인수한다는 뉴스를 보고 ‘영향력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상장사와는 달리 코인을 사두면 CMB 통장처럼 일일이자를 지급했고 스테이킹(암호화폐의 일정한 양을 지분으로 고정시키는 것)까지 시키면 이자를 더 줬다”며 다른 거래소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B씨의 생각이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B씨는 FTX거래소 파산 사태가 발생 후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이 사태가 굉장히 계획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FTX가 파산하기 몇 달 전부터 이자율을 더 높게 준다고 홍보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됐다. 결국 이들은 FTX파산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했다.

B씨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묻기도 했다. B씨는 이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큰 문제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추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는) 우리나라 피해가 크지 않다며 총 30억 원 미만이라고 얘기하는데, 주변 사람들만 모아도 30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도대체 어디서 확인했길래 30억 원 정도로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은 내렸는지 의아하다”고 전했다.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FTX관련 기사를 찾아보는데 이 사건과 관련해 찾을 수 있는 기사는 '코인 전문 뉴스회사와 외신'이라고 했다. B씨는 “지금 한 코인 전문 뉴스에서만 피해자 명수와 규모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블록미디어에 따르면 FTX파산과 관련해 국내 피해 추산 규모만 1인당 7500만원 상당이며 전체 피해규모는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모 매체 언론보도에서 추산한 피해규모와 100배 이상이 차이인 셈이다.

B씨는 “거래소가 ‘먹튀’(먹고 도망갔다)했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한국은행 발표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가 작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FTX의 파산으로 일부 암호자산 거래소에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는 등 국내 암호자산 시장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나, 국내 투자자의 FTX 관련 익스포저(FTT 투자 등)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손실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씨는 “이 보고서에서 직접적인 피해규모가 적혀있지는 않지만 ‘직접적인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말이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B씨는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다” 고 호소했다. 또 정부가 암호화폐 사용자나 잠재적 사용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FTX와 유사한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하고 이 사실을 전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B씨는 “FTX JAPAN 하고 US는 다 보상받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FTX Int.는 전액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외신에서 계속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 초기에 국내이용자들이 이용하는 FTX Int.의 환불금액은 FTX US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다. 2022년 11월 샘 뱅크먼프리드은 인터뷰에서 FTX US 이용자는 100%환불받을 것이며 FTX사용자는 1/4정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피해규모 수 억원 추정...실상은 훨씬 더 커
- 피해자모임 “정부 조금 더 관심가져 주길”

하지만 FTX 측에서 숨겨진 자산을 찾고 또 FTX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피해자들에게도 그 보상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FTX 법무팀이 이날 오전 미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서 열린 파산보호 절차 심리에서 유동자산 회수 현황을 밝혔다. 또한, 예상 총 피해액은 8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FTX가 회수한 유동자산은 피해규모의 60% 정도로 당장은 아니더라고 유동자산을 매각해 일부 고객이 자산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FTX 법무팀은 FTX JAPAN을 포함한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고 이를 위해 법원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기부한 수백억 원의 기부금을 회수하고 있어 확보 가능한 유동자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암호화폐 국내 보호자산으로 인정됐으면”

B씨의 지인 C씨는 국민신문고에도 글을 남겼다. 하지만 청원의 수가 늘어가도 구체적인 어떤 대안도 수사기관이나 관련 기관에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B씨는 “암호화폐가 국내에서 보호자산으로 인정됐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