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번 특사의 의미에 대해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특사가 내포하고 있는 정치적 의미에 더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이외에 이번 특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특별사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이 특별사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윤대통령, 광복절 특사 단행김태우-조광한 포함에 정치권 '들썩'
, 이번 특사에 담긴 함의는김기현이재명겨냥 정치적 노림수?

정부는 지난 14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과 경제인, 정치인 등 2176명에 대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윤대통령, 김태우 광복절 특사’ ‘김기현 충성도 테스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최종 재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특사가 단행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특사에 포함된 인물의 면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던 김 전 구청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석달 만에 사면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들을 폭로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었다.

여권에서는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권의 비리 사실을 알린 공익제보자이기 때문에 이번에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됐었다. 결국 정부는 김 전 구청장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했다. 법무부는 이번 특사에 김 전 구청장을 포함한 배경에 대해 김 전 구청장이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고발한 사건이 유죄로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그는 10월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김 전 구청장은 보궐선거 출마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멈춰진 지역 숙원사업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후보는 저 김태우뿐이라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는 “20년 민주당 구정 독재를 막고, 강서구를 다시 일어나게 하겠다면서 낡은 정치공학적 논리보다 누가 강서구민을 위한 진짜 일꾼인지 따져달라고 강조했다.

김태우 전 구청장. 뉴시스
김태우 전 구청장. 뉴시스

김 전 구청장이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김 전 구청장의 구청장직 상실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원인을 제공한 재보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보선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말자는 원칙론과 김 전 구청장이 지난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처벌받은 만큼 선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민에 빠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특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공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현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특사에 담긴 함의를 고려하지 않고 무공천을 하거나 김 전 구청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향후 총선 공천에서도 용산의 바람을 따르지 않고 반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김 전 구청장 특사 포함 결정을 두고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을 용산의 뜻과는 달리 결정을 할 경우에는 향후 총선 전에 비대위내지 혁신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엄포성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공천 여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강한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설마 이번 10월 보궐선거에 (김 전 구청장을) 또 강서구청장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보궐선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또 내보내느냐. 다시 공천하면 지도부가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이 대법원의 형 확정 3개월 만에 사면 받은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항상 법치를 강조하는데 과연 (사면이) 우리 보수 정당의 태도 내지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부합하느냐면서 저는 솔직히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저격수조광한 특사 포함총선 자객공천 노림수?

뉴시스
뉴시스

야권에서는 이번 특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저격수를 자처해온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포함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조 전 시장은 민선7기 지자체장 재직 당시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했던 인물이다.

조 전 시장은 2020415 총선을 앞두고 열린 민주당 경선 과정에 당원 300여명을 가입하도록 간접 개입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었다.

그는 남양주시장 재직 시 경기도로부터 자치사무에 대한 특별감사를 받자 이에 강력 반발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당시 경기도지사를 맡고 있던 이재명 대표와 갈등을 겪었다. 조 전 시장은 이 대표와 계곡 정비 치적 등을 놓고도 충돌했었다.

조 전 시장은 특사 대상에 포함되자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의 염려와 성원 덕에 크나큰 배려를 받았다못 다한 일 마무리해야..”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정치활동 재개가 가능해진 조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남양주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조 전 시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이재명 대표 측근 지역구에 저격수로 출마할 가능성을 두고 특사 명단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재명 대표에게는 조 전 시장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시장이 총선에 출마해 또다시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이 대표에 대해 거침없는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인사들은 대거 이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2021년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각각 징역 26개월을 확정 받은 후 지난해 3월 가석방된 바 있다. 사면심사위가 이들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으로 재판 중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종범, 김종 등 박근혜 국정농단 연루자 특사 대상제외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을 받은 안 전 수석은 지난 2020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6천만원, 추징금 1990만원을 확정 받은 바 있다. 그는 이후 20219월 만기 출소했다. 최서원씨와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선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을 받은 김 전 차관은 지난 2020년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특사가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마련되고 대통령의 고심 끝에 결정된 이번 사면안을 존중한다무엇보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단행된 이번 특사가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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