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믿고 나간 주민 어떡하라고… 개정안에서 빼버린 성남시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 성남시가 발의한 리모델링기금 관련 조례 개정안이 진통 끝에 무산됐다. 다만 기금 조성기한을 5년 연장하면서 성남시의 기대와는 달리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기금 1000억 원 가운데 남은 잔금 850억 원으로 조례에 따른 용도(공사비 융자)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창환 기자]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 성남시가 발의한 리모델링기금 관련 조례 개정안이 진통 끝에 무산됐다. 다만 기금 조성기한을 5년 연장하면서 성남시의 기대와는 달리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기금 1000억 원 가운데 남은 잔금 850억 원으로 조례에 따른 용도(공사비 융자)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재명 시장 시절 조성된 리모델링기금 운용과 리모델링사업의 타당성 등을 두고 각종 의혹과 문제제기에 휩싸였던 성남시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올해를 끝으로 종료 예정이던 리모델링기금의 존속기한을 연장하면서다. 조례에 따르면 기금은 조합사업비 및 공사비의 융자 등으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6~7개로 불어난 리모델링 시범단지의 공사비 수천억 원의 지원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자금을 성남시가 지금껏 끌고 왔다. 이에 성남시가 개정안을 발의해 ‘공사비 지원’ 항목을 지우고자 시도했고, 성남시의회 상임위에서 진통 끝에 통과됐다.

주민 이주하고 나서 ‘공사비’ 삭제... 승인해버린 신상진
10년간 조합장 급여 등 조합운영비 등으로 170억 원 지급

리모델링사업 관련 성남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전에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의제기가 있었으나 신상진 시장은 해당 부서의 안을 승인했다. 결국 지난 11월21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 진통 끝에 발의 내용 일부분이 뜯겨 나갔으나,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던 기금의 존속기한 5년 연장과 함께 통과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정된 리모델링 기금 관련 성남시 조례는 최초 제정된 2013년부터 ‘조합사업비 및 공사비의 융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10여 년간 수십 번 넘게 개정되면서도 그 용도만큼은 단 한 차례도 손댄 적이 없다. 주민을 위한 사업을 내건 만큼 기금의 주된 용도였다. 

주민 이주하고 난 뒤, 리모델링기금 용도 변경?

하지만 성남시는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운용할 수 없게 되는 리모델링기금의 존속기한을 5년 연장하면서 개정안에 ‘공사비’ 항목을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문제는 이미 이주해버린 주민들이 리모델링기금의 용도로 각 리모델링단지의 공사비 융자 지원이 있을 것으로 알고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즉 성남시가 리모델링 시범사업 단지를 선정했고, 그 대상이 된 아파트단지는 조합이 구성됐다. 아직 찬반 논란이 뜨거운 곳도 있으나, 주민 이주를 마친 곳도 있다. 조례에 따라 공사비 융자와 이차보전 등을 믿고 이주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성남시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해당 안은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결국 성남시의 기금 존속기한은 올해를 끝으로 운용 종료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연장 안이 통과되면서 800억 원의 성남시 리모델링기금 잔금이 오는 2028년 12월31일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금 관리를 두고도 이날 성남시는 지적을 받았다.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에서 신상진 시장이 승인한 리모델링기금 및 리모델링사업 관련 개정안이 강하게 질타당했다. 사진은 상임위 진행 모습. [이창환 기자]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에서 신상진 시장이 승인한 리모델링기금 및 리모델링사업 관련 개정안이 강하게 질타당했다. 사진은 상임위 진행 모습. [이창환 기자]

리모델링기금 850억 원, 관리자는 주무관?

무려 리모델링기금 잔금 850억 원이 든 통장과 도장은 과연 누가 관리하고 있을까. 상임위 질의과정에서 “그 돈 누가 관리하고 있나”는 문책이 나오자 주택과 관계자는 “저희 과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국장이 관리하나, 주무관이 관리하나”를 묻는 추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또 상임위에서는 그간 성남시가 조례를 위반해 리모델링 기금을 운영해왔던 사실이 공개됐다. 더불어 성남시가 잘못된 행정 처리에 대한 문책 없이 시의회 지적 사항을 조례 개정을 통해 덮으려 한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조례에 따르면 리모델링기금 운용은 시금고나 금융기관에 의해서 가능하다. 하지만 기금 운용을 원하는 기관이 없었고, 시금고인 농협마저 이를 거절했다.

농협은 융자 과정의 문제 발생 우려를 밝혔고, 성남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기금을 운용했다. 상임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진행된 리모델링기금의 운용 과정에서 조례 위반사항이 노출되자, 2018년 시행규칙으로 부랴부랴 봉합했다. 시행규칙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융자사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게재했지만 시행규칙은 상위법인 성남시 조례를 넘어설 수 없다. 

앞서 조례 위반 상태로 운용된 것과 관련 도시건설위 위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기금이 집행됐다. 이에 성남시가 속히 조례 개정안을 내걸고 시행규칙으로 정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시금고나 금융기관처럼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올렸다. 하지만 도시건설위 상임위에서 크게 지적당해 통과되지 못했다. 

김장권 성남시의원은 지난 11월2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잘못된 부분은 분명 질책해야 한다”라면서 “그 후에 필요하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2013년부터 이어진 위반 사항을 2018년 시행규칙으로 덮었고, 이를 다시 조례 개정으로 정당화시키는 일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법 위반 요소에도 불구하고 승인했나?

문제는 해당 조례 개정안을 신상진 시장이 허용했다는 데 있다. 신 시장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로, 그 책망의 대상이다. 해당 사안의 위법 요소 포함 여부를 파악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발의된 조례 개정안뿐 아니라 신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위법성에 대해 수차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하지만 신 시장은 “전임시장의 행정”이라며 발뺌한 바 있다. 개정안 준비 과정에서 취재진은 앞서 신 시장에게 카카오톡 메신저와 공보실을 통해 직접적인 답변을 요청한 바 있으나,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리모델링 부서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상임위가 위반이라고 하니) 그래서 개정안 발의에 나선 것”이라며 “이게 통과되면 문제없다”는 답변을 했다. 

앞서 신 시장은 행정소송(제 1520호 참조)을 당했다. 전임시장 시절 행정에 의한 과오가 발생했다 할지라도 그 책무는 현 시장에게 있다. 신 시장 역시 성남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과거 시정의 잘못을 바로잡겠노라”고 외친 바 있다.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공사비’ 융자 지원? 턱없이 부족한 기금

그럼 왜 성남시는 리모델링기금 용도에서 ‘공사비 융자’ 항목을 삭제하고자 했을까. 1000억 원이라는 기금이 조합 운영비 등으로는 지출됐으나 공사비로는 한 번도 사용되지 못했다. 최근 사업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성남시, 주민 이주가 시작되면서 문제를 인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0억 원 리모델링기금이 각 단지 공사비 융자 지원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재 성남시 전체 리모델링 시범단지의 시공사는 포스코건설(현, 포스코 E&C)로, 과거 밝혔던 공사비(각 산정시기 다름)를 보면 성남시의 공사비 지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2021년 10월 기준 무지개4단지의 리모델링 공사비는 1700억 원에 이른다. 또 최근 주민 이주를 마친 느티마을3단지는 2022년 6월 기준 약 3300억 원, 느티마을4단지는 약 4400억 원이다.

그 외에 매도청구 소송 등 주민의 갈등이 있는 곳 등 6~7개 단지의 공사비가 평균 3~40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60% 수준의 공사비는 무려 1조 원을 웃돈다. 조례대로 공사비 60%는커녕 ‘반의반’도 지원 하지 못할 상황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등 주택 건축 관련 공사비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성남시가 실제 조례에 있는 만큼 지원하지 못할 금액으로 10년의 시간을 끌어온 셈이다. 이미 주민들의 이주는 이뤄진 상태에서 마지못해 리모델링기금 존속기한은 연장했지만, ‘공사비 융자’ 항목은 삭제하지도 못했다. 과연 공사가 시작된다면, 머잖아 조합과 주민들이 요구하게 될 공사비 융자 문제를 신상진 시장과 성남시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남시청을 향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성남시청을 향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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