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이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쇄신·혁신행보에 이 전 대표가 개혁행보로 맞서는 양상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여권 수뇌부의 파워게임과 보수진영의 헤게모니 다툼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준석신당의 창당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던 가운데 마침내 이 전 대표가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다. 정권교체의 동지로 손을 잡았다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이별을 선택한 보수정당 전직 대표의 도박은 정치적 현실이 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보기 드문 풍경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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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준위 띄운 후 내년 1월 초·중순께 창당 작업 마무리 예정
불출마 배수진한동훈, ‘이준석 무시전략속 선민후사 강조
- 여권일각 포용론 속 이준석, “못 먹어도 고냐 스톱이냐기로

관심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선택이 가져올 파괴력이다. 우선 22대 총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극단적인 여야 대립구도를 고려할 때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이준석신당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일정한 지지를 확보하면 보수진영의 권력교체도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른바 조선제일검으로 불린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전격적인 여의도 입성의 여파다.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에서 밀리면서 이 전 대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한동훈 바람이 이준석 바람을 잠재운 것이다. 태풍의 눈은커녕 미풍으로 전락했다는 평마저 나오면서 이준석 신당은 시작부터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정치적 고향 노원구 나홀로 탈당·창당기자회견

한국정치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 전 대표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22대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지난 12월 27일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한 갈비집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서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201112월 박근혜비대위 출범 당시 20대 비대위원으로 정치권에 파격 입문한 이후 12년 만이다. 2016년 국정농단 탄핵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바른정당을 거쳐 202021대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됐지만 불과 4년 만에 또다시 탈당을 선택했다.

이 전 대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반()윤석열 기조를 명확히 했다. 이 전 대표는 천만영화 서울의봄의 흥행을 언급하면서 통령과 당 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한 뒤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중에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바로 이 신당에 투자하는 지지와 성원일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총괄선대위원장·정치적 텃밭 출마 제안 등 여권 수뇌부의 회유 의혹을 폭로하면서 눈은 항상 녹는다. 그래서 봄은 항상 온다. 보름달은 항상 지고, 초승달은 항상 차오른다고 신당의 성공을 확신했다. 아울러 여의도에서 떠도는 총선 직전 국민의힘과의 재결합에도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겠다. 총선 이후에도 연대 가능성은 약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은 나홀로 기자회견이었다. 측근 그룹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마저 불참했다. 특히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국회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 중 김용태 전 최고위원의 경우 탈당하지 않겠다며 다른 선택에 나섰다. 이른바 천아용인천아인으로 쪼그라 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던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김웅 의원의 향후 탈당 및 신당행 가능성도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국민의힘에서 공천학살이 본격 진행될 경우 탈당파 의원들의 신당 동참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현역 의원의 신당행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동훈 등장과 혁신행보 지지율 상승신당 기대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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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신당의 더 큰 위기는 한동훈 비대위의 혁신행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을수록 이준석신당의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 추세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순위에서도 한 위원장은 보수진영 1위다. 인물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사실상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개혁행보보다는 한 위원장의 혁신·쇄신 행보가 점수를 얻은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전날인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권의 관용어인 선당후사를 비틀어 선민후사(先民後私)’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관심을 모았던 비대위원 구성도 화제였다. 민주당 주류인 86그룹을 겨냥해 2040대 세대 중심의 비정치인을 대거 발탁했다.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전후로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막을 올리면서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총선악재인 보수분열을 막기 위해 이 전 대표를 잡거나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탈당 기자회견문을 읽어 본 상당수 인사들은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심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한동훈 위원장의 과감한 혁신·쇄신 행보가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경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동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국민의힘 지지율마저 상승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2월 25~26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 100% RDD 방식)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상승한 41.6%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지긋지긋한 30%대 박스권을 탈출한 것으로 한동훈 효과의 플러스 요인이다.

정당 지지율도 상승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82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무선 97%·유선 3% ARS방식) 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2.3%p 오른 39.0%, 민주당은 3.1%p 내린 41.6%를 각각 기록했기 때문이다. 직전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가 8.0%p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훈 체제의 등장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국민의힘이 어려운 수도권 등지의 판세를 바꿔줄 수 있는 적임자라면서 한 전 장관이 세대교체의 바람과 함께 새로운 변화와 혁신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막 달아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장관의 인물경쟁력도 주목할 만하다. 여론조사공정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35.6%에 이어 27.2%2위를 기록했다. 보수진영 후보 중 부동의 1위다. 오세훈 서울시장(6.3%),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5.9%),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4.8%), 김동연 경기지사(4.7%),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2.3%), 심상정 정의당 의원(1.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전 대표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동훈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현역의원 3분의 2가량을 물갈이할 것이라면서 영남 60명 중 40명을 칠 것이라고 여권 분열을 기대했다. 공천학살 탈락자에 대한 영입을 통해 인물난 해소 및 세확산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역구 생존 희박, 비례대표 정당 전락 전망

김용태 전 최고위원, 뉴시스
김용태 전 최고위원, 뉴시스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도 이 전 대표는 창당 속도전에 나섰다. 탈당 기자회견과 더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칭 개혁신당창당준비위 등록을 마쳤다. 이 전 대표 측은 중앙당 창당대회를 거쳐 이르면 1월 중순경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당명 선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에 불참했던 천하람 당협위원장과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신당 동참을 공식화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천하람 위원장은 지난 12월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단기간 내에 국민의힘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판단했다앞으로 가칭 개혁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칭 개혁신당의 이념지향과 정책방향도 제시됐다. 천 위원장은 개혁신당의 주적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재명 대표가 아니다저출산·지방소멸· 저성장과 빈곤과 같은 대한민국의 중차대한 문제들이 바로 개혁신당의 주적이다. 지역주의를 근본적으로 타파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신당은 22대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낼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신당 출마 인원에 대해 6080명을 출마 가능 자원으로 파악했다고 언급했지만 여야의 쟁쟁한 현역 의원 및 영입인재와 맞붙었을 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인지 불투명하다. 모든 게 베일에 가려져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대했던 제3지대 정당과의 합종연횡도 오리무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신당, 금태섭신당, 양향자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묻지마 합종연횡에 대한 국민적 반감 역시 상당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둔 세불리기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3지대 소수정당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대 총선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성공사례는 김종필 전 총재가 주도한 자유민주연합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 정도다. 이는 충청과 호남이라는 명확한 지역기반은 물론 김종필 전 총재와 안철수 의원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정치거물로 유력 차기주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례를 제외하고 총선국면에서 제3지대 정당은 모두 실패했다. 21대 총선의 경우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여파로 비례의석 확보를 노린 위성정당이 등장했을 뿐이다. 이준석신당의 경우 명확한 지역기반이 없는 것은 물론 이 전 대표가 차기 주자로서의 유의미한 지지율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준석신당의 지역구 생존은 불가능하고 일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소수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준석포용론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국정농단 및 탄핵국면에서 바른정당을 함께 했던 하태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하 의원은 이준석 신당과 우리 당이 서로 중··(중도·수도권·청년층)의 마음을 얻으려고 혁신적인 노력을 하다 보면 연대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창당은 막을 수 없었지만 선거연대를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총선국면에서 각개약진한 이후에 반()이재명을 명분으로 총선 막판에는 일부 지역에서 후보단일화 전략 등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기대와 우려 속에 이준석신당이 출범했다. 현직 대통령과의 분명한 선긋기를 통해 야당보다 더 매서운 또하나의 보수신당이 탄생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쇄신·혁신 행보가 가속화될수록 이준석신당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준석신당은 정치적 상수라기보다는 한동훈호의 국민적 평가에 좌우되는 종속변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치불신과 혐오감 탓에 제3지대 중도층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총선국면에 접어들수록 여야 기존 정당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지율 정체나 인재영입 인물난 속에서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진다면 이준석 전 대표도 (go)냐 스톱(그만)이냐또한번 선택의 기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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