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성공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내년 총선 승리로 이끈다면 단숨에 차기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총선에서 참패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2인자로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는 축소되고,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권이 돼 여권 내부도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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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차기 유력 대권주자에 놓인 세 가지 갈림길
-한동훈 대망론내년 총선 참패시 수면 아래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권에서 유력한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필수적이다. 젊은 세대에 인기가 높은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단연 1등 공신은 한 위원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 강력한 리더십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스스로 ‘9회말 2아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49곳 중 6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국민의힘 사무처 보고서가 공개된 데다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 등 각종 악재만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한 위원장은 강도 높은 혁신위를 예고했다.

한동훈, 총선 승리 필수 희생꺼내 대권 행보

그러면서 그는 먼저 희생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역구 및 비례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을 당선 범위 내 비례대표 순번에 두고 전국 유세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자체에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선 후 당선이 쉬운 지역구를 택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화도 노렸다는 평가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월 26일 비대위원장직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오직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저는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지만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 않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국회가 대단히 중요하고 국회의원이 되어서 입법 활동을 통해서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았다. 말로만 헌신하겠다고 하면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일종의 헌신이라는 얘기다. 자신의 희생 없이는 쇄신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주류인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험지 또는 불출마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단으로도 읽힌다.

법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법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패배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황교안 전 대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자신이 그리는 대선 가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국회에 초선 의원으로 들어와 300명 중 하나가 되기보다 다시 공직을 맡아 노동개혁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는 모습으로 대권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한 위원장은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며, 그런 다음 당대표를 발판 삼아 대선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낸다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중론이다. 사실상 포스트윤 대통령의 길을 걸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동훈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국민의힘은 후원금을 14천만원 모았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9천여만 원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기준으로 후원금이 5배 넘게 늘어났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후원금을 보내며 '한동훈 파이팅' 같은 메시지를 첨부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석열 2인자 한계, 극복 여부가 관건

다만 한 위원장이 주도해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2인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거론한다. 특히 역대 대한민국 정치사를 보면 같은 계파의 직속 후계자가 대권에 성공한 경우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뿐이다. 이후 한 계파가 대권에 연임한 경우는 없었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동교동계가 아닌 86세대의 지지를 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대권을 차지한 것도 MB계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여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검찰 직계 후배인 한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켜 차기 대권 유력 후보로 재부상했지만 이후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고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단일화하고 중도하차했다. 사실상 차기 대권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결국 한 위원장의 경우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동훈 대망론의 성패가 달렸다.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홀로서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총선 승리를 이끈 후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한 위원장이 그동안 쏟아냈던 말들이 어느 순간 부메랑이 되어 본인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국에 대한 견해를 짧은 글로 표현했다. 특히 조국 어록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조 전 장관과 가족이 입시비리 등에 휘말리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위원장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 비대위원장이 당을 어떻게 변화시켜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총선 이후 대선 후보로서 검증에 들어가면 다양한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총선 패배 시 여권 대혼란, 정치 미래도 사라져

윤석열 당선인이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건네받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당선인이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건네받고 있다. 뉴시스

특히 한 위원장의 경우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한동훈 대망론도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안 되고,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지금처럼 높으면 윤 대통령의 아바타로 인식되는 한 위원장은 정치적인 미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권은 대혼란을 겪으면서 윤석열 정부와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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