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새해 벽두부터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지지자를 가장한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했다. 자칫하면 이재명 대표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순간이었다. 22대 총선을 불과 석달여 남겨둔 시점에 여야는 아연실색했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이 피땀흘려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이재명 대표에 대한 피습을 테러 행위로 규탄했다. 한국 정치사에서는 선거 때마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테러 행위가 반복돼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지원유세 당시 커터칼 테러를 당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원유세 도중 망치 피습을 당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피습 후폭풍과 22대 총선의 함수관계를 짚어봤다.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 이낙연 신당 최대악재...여권 한동훈 띄우기 주춤, 이준석 신당?
과거 피습사건 이후 선거 결과 및 올해 4월 총선에서 파급력

문제는 올해 410일 총선에 미칠 후폭풍이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의 배후 등은 향후 검경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다만 여야 지지층 사이에서 총선 영향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오는 422대 총선이 불과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야 지지층은 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라는 명확한 팩트에도 온갖 음모론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여야 지도부는 차분하다. 정치적 유불리는 따지기보다는 극도의 몸조심 모드다. 실언 경계령을 내리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은 정치권의 모든 뉴스를 빨이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낙연신당은 최대 악재를 만났고 이준석신당에 대한 관심이 다소 잦아들었다.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행보 또한 차분한 모습이다.

이재명 피습 정치일정 올스톱이낙연·한동훈 숨고르기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은 연초 정치일정을 올스톱시켰다. 여야 모두 22대 총선을 앞두고 메가톤급 정치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었지만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윤 대통령, 이 대표, 한 위원장의 신년인사회 3자 대면도 무산된 게 상징적이다. 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최대 악재를 만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광폭행보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섰다. 가칭 개혁신당을 표방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여론의 주목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지도부의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해왔다. 새해 첫날인 1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 국민에게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신당 창당 의지를 강행했던 이 전 대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 이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거듭 기원한다고 희망했다. 다만 이후 상황은 꼬일대로 꼬였다. 이 대표 피습 충격으로 신당 창당 동력이 약화됐다. 지난 3일 또는 4일로 예정됐던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비명계 4인방의 정치결사체인 원칙과 상식역시 민주당 잔류, 탈당, 총선 불출마, 신당 합류 등 22대 총선과 관련한 거취 발표를 미루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신당 창당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명계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정치판이 흔들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다. 이낙연 신당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상황도 복잡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연초 주요 언론의 차기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렸다. 특히 일부 조사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기록하는 이변도 달성했다. 민주당에 밀려서 총선 전망이 암울했던 국민의힘의 구원투수였다. 다만 차기 라이벌이자 야당 파트너인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으로 한동훈 위원장은 향후 로우키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정면비판을 통한 득점전략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 전 대표도 고민에 빠졌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이 대표의 무사, 무탈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수사 기관은 이번 일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5일 당원모집 이틀 만에 3만명을 돌파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이 없었더라면 여론의 주목도가 더 몰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이준석신당 합류를 타진 중인 여야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정국상황을 보다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탈당 이후 신당에 합류한 허은아 전 의원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신당 합류 의사를 타진한 의원이 10명을 넘고 중진도 있다“(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 테러 문제 때문에 조금 속도가 느려질 것 같다고 전했다.

여야 후폭풍 불가피’, 실언 경계령 내리고 초긴장

물마시는 이낙연 대표. 뉴시스
물마시는 이낙연 대표. 뉴시스

1야당 대표에 대한 흉기피습에 여야 지도부는 극도로 몸조심 모드다. 메가톤급 실언 하나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 흉기피습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나 음모론 등이 정치공방의 소재로 악용될 경우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뜻하지 않은 실언이 전체 선거판세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20186월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부망천 발언, 202021대 총선 당시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이었다.

여야 지도부는 입단속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대표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국민의힘 의원님 모두는 저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대표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당부했다.

여야 지도부의 당부에도 논란은 적지 않았다. 보복운전 혐의로 물의를 빚은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이 대표 피습을 윤 대통령 탓으로 돌려 물의를 빚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이 대표 피습 소식에 일부 인사들의 박수와 환호와 더불어 라는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여야 지도부는 확실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총선역풍의 원천차단을 위해 혐오나 증오성 막말 에 대한 공천 페널티를 강화하기로 한 것. 여야 모두 이 대표 피습사건을 계기로 공천심사에서 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증오를 유발하는 방식의 발언이나 그런 정치는 대한민국 사회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시민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며 공천 페널티 도입을 시사했다. 총선 예비후보자 검증 기준과 관련해 막말검증을 추가한 민주당 역시 향후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를 더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습 동정론 지방선거 압승vs22대 총선 영향력 제한적

누군가와 통화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누군가와 통화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이 대표에 대한 피습 후폭풍은 어디로 튈지는 아직 예측불허다. 이 대표의 회복상태도 중요한 것은 물론 습격범의 당적 및 범행 동기도 밝혀야 한다. 정치권의 관측은 엇갈린다. 22대 총선에 미칠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대표를 향한 피습 동정론이 확산되고 국민의힘 주변에서 돌발악재가 터질 경우 여론이 민주당으로 급속하게 쏠릴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커터칼 테러 이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던 사례를 거론할 정도다. 이 대표 역시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승리 이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한 데다 이낙연신당의 향후 움직임과 파괴력을 고려할 때 총선에 미칠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강성팬덤 사이에서는 이 대표 피습을 두고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괴한의 살인미수 범죄라는 팩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측의 자작극이라거나 윤 대통령 탓이라는 음모론이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유튜버와 SNS 공간을 중심으로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유리한 총선구도를 만들기 위한 온라인공간의 전면전이다. 아울러 이 대표 습격사건 피의자인 김모씨의 당적과 정확한 범행동기도 관심사다. 김모씨의 경우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탈당 이후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당적 여부에 따라 정치테러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부산민심도 관심사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2일 피습사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필수의료 붕괴와 의대증원 논란 과정에서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지역의료계 부활을 외쳤던 민주당조차도 지역을 못믿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는 게 골자다. 부산시의사회는 이와 관련,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부산대병원 측에 환자가 가족의 정신적 지지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주거지 인근인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검토를 요청했다터무니없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22대 총선에서 이른바 PK(부산울산경남) 공략을 통한 영남권 교두보 마련을 위해 노력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다소 민감한 대목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 피습과 관련해 여야의 총선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많은 변수 탓에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정치도의상 맞지 않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회복 이후 행보와 괴한의 범행 동기 등이 정확히 밝혀진 이후에나 천천히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음모론과 가짜뉴스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차제에 유사한 정치테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여야가 지나친 혐오를 부추기는 양극단의 정치를 지양하고 총선을 앞둔 생산적인 정책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