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곽 경감은 코트를 걸치고 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여자에게 먼저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광대가 여자를 데리고 간 지하실로 가 보았다.
“으악!”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전광대가 또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곽 경감이 황급히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임채숙이 거의 벗다시피 하고 두 손이 묶이어 벽에 매달려 있었다.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매달린 그녀의 얼굴에서는 피가 흘러내려 긴 목을 타고 내려와 브래지어까지 적시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밑으로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에는 꾹 다문 입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전광대는 오른손에 가죽 장갑을 끼고 서서 여자의 얼굴이며 가슴을 닥치는 대로 때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짐승처럼 푸른빛을 내 쏟고 있었다. 미친 야수 같았다.
‘지독한 년입니다. 아직 맛을 더 보여줘야 불낍니더.”

전광대가 곽 경감을 보자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의 웃는 얼굴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 그는 피에 굶주려 미친 사람 같았다.
“네 고운 몸뚱이가 걸레가 되기 전에 빨리 불어 이년아. 어디 있어? 백성규가 네 서방이라도 되냐? 그 놈하고 몇 번 잤어? 그놈 거시기가 그렇게 좋더냐? 살아나가서 다시 그넘 거시기 맛보고 싶으면 빨리 불어.”

전광대는 곽 경감을 보자 더 광폭해졌다. 그는 피에 얼룩진 여자의 브래지어를 확 집어 뜯어버렸다. 꽃봉오리 같은 유방이 들어났다. 두 남자 앞에 드러났다.
희고 탱탱한 유방은 수줍음도 잊었다. 핑크빛의 젖꼭지가 처절한 주인의 운명을 지켜보고 있었다.
“말 못하겠어!”
전광대가 유방을 장갑 낀 손으로 움켜 쥐었다.
“빨리 말 못해?”

그가 유방을 비틀었다. 임채숙의 얼굴이 다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이를 악물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전광대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피와 침이 범벅된 액체가 전광대의 얼굴에 얼룩을 만들었다.
“이 썅년이!”

전광대는 유방을 놓고 주춤했다. 손등으로 얼굴을 훔치고는 임채숙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광기를 띄우고 있었다. 곽 경감은 그가 임채숙을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여라. 이놈아! 나를 죽이면 되잖아!”
매달린 임채숙이 악을 썼다.

“오냐. 죽여줄게. 내가 너 같은 년 한 두년 죽인 줄 아나? 죽여도 그냥 죽이지 않는다. 죽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 보여 줄기다.”
전광대가 이번에는 그녀의 마지막 가리개인 팬티를 집어 뜯어버렸다. 볼륨 넘친 희부연 히프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삼각지에 무성한 검은 숲도 부끄러움을 느낄 처지는 아니었다.
“전광대씨!”

곽 경감이 그를 불렀다. 곽 경감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전광대가 돌아서서 경감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충혈 되어 정상이 아니었다. 피에 굶주린 짐승 같았다.
“너무 심한 것 아닌 가요?”
곽 경감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 일은 나한테 맡기시소. 경감님이 색시 다루듯 해서 얻은 게 뭐 있소?
이런 년은 살살 다루어서는 한마디도 얻어내지 못합니더. 아, 상부에서 매일 같이 불호령이 떨어지는데 우리만 죽어나야 합니꺼?”

전광대는 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고는 임채숙 앞으로 다가섰다.
“더 고생하기 전에 부는 게 좋을 기다. 그 돈은 어디서 누구한테 받았노?”
전광대가 허옇게 드러난 그녀의 젖가슴을 슬슬 건드리며 말했다. 손이 밑으로 내려가 숲의 털을 건드렸다.

“당신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요?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걸.”
임채숙이 눈에 불을 튀기며 전광대를 노려보았다. 정광대의 입가에 씩 웃음이 맴돌았다. 광기 어린 싸늘한 짐승의 웃음이었다.
“그래? 더 재미 좀 보라 이거지.”

전광대는 취조실 바닥에 있는 철 침대의 매트리스를 확 벗겨냈다. 앙상한 침대 스프링이 드러났다. 그는 그것을 번쩍 들어 벽에 비스듬히 세웠다.
힘이 장사였다.

곽 경감이 그가 또 무슨 짓을 하려나 하고 가슴을 조이며 보고 있었다.
벽에 비스듬히 기댄 철 침대를 몇 번 흔들어 보았다. 단단히 자리를 잡고 서 있는 것 같았다.

전광대는 양손을 위로 치켜 올려 비끄러매고 있는 발가숭이 임채숙 앞으로 다시 갔다. 임채숙의 묶인 팔을 풀었다. 임채숙이 불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팔이 풀리자 두 손으로 아랫도리의 새까만 삼각지를 가리며 주저앉았다.
“일어나.”
전광대가 그녀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아얏!”

임채숙이 비명을 지르며 끌려 일어섰다. 그러면서도 샅을 가린 두 손은풀지 않았다.
전광대는 여자의 한쪽 팔을 치켜들고는 스프링만 남은 철침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침대에 등을 대게하고 여자를 비스듬히 세웠다. 양팔을 벌리게 하여 손목을 침대 스프링에 수갑으로 묶었다.

여자는 침대에 매달린 것 같은 모양이 되었다. 흐트러진 머리칼 아래로 나신이 된 그녀는 다리를 꼬고 있었다. 전광대는 여자의 오들오들 떠는 벗은 몸을 잠깐 바라보고 있더니 다시 달려들어 여자의 한쪽 다리를 벌려 침대 밑 쪽에 묶으려고 했다.
“퍽!”

그때였다. 가만히 시키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던 임채숙이 한 쪽 발로 구부리고있는 전광대의 가슴팍을 힘껏 차버렸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60여 년간 편집기자와 경영인으로 일한 언론인 겸 추리 소설가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등 13개 언론사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고,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굿데이를 창간했다.

오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역대 정권의 언론 탄압과 견제, 정계의 비화를 다룬 저서와 소설이 4백여 편에 이른다. 특히 추리와 정치를 깊이다룬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문화포장, 한국추리문화 대상 등을 받았다. '신의 불꽃', '역사에 없는 나라', '악녀 두번 살다', '세종대왕 이도' 등 베스트 셀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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