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환경과의 동행’ 어디로? 잇따른 개발사업에 ‘좌충우돌’

오세훈 시장. [뉴시스]
오세훈 시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개발사업이 부침을 겪고 있다. 이번 2024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포함된 서울항과 리버버스의 경우 시민단체의 전면 삭감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6월 발표한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의 일환, 남산 곤돌라 사업도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리버버스’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교통난 해소로 제시한 교통수단이지만, 반대 측은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사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에 나섰다. 남산 사업 또한 ‘친환경 곤돌라’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환경단체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6일 오전께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공공교통네트워크’, ‘너머서울’,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서울환경연합’ 등 53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024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포함된 ‘서울항’, ‘리버버스’ 사업 예산 전면 삭감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2024년도 예산안으로 리버버스 등 수상교통 선착장 조성에 208억 원, 서울항 설계 및 공사비 등 253억 원(2026년까지 490억 원 투자 예정)을 편성했다.

특히 서울항 예산은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정례회 때도 비판여론이 일었다. 이에 상임위에서 예산이 삭감됐으나 예결위에서 다시 부활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서울은 항구가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사업 예산 전면 삭감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SH 공사는 왜?”, “6년간 약 80억 원 적자”

이날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서울항에 드나든 크루즈선을 위해 한강을 준설하는 것은 생태계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라며 “유람선의 두 배 속도로 달리는 리버버스가 매년 3월경 한강을 거쳐 북상하는 철새 이동통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정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서울시의회가 꼼꼼히 따지고 파헤쳐서 공동체 도시 모든 구성원의 이익과 반하는 것,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서울항과 리버버스는 예산 등을 전면 삭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서울시가 대중교통이라고 주장하는 리버버스를 SH공사에 운영하도록 하는 이유는 대중교통 목적보다는 한강의 관광개발이라고 하는 목적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라면서 자가용 통행량 흡수 등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리버버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피력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지부장은 “서울시의 유일한 아이들, 어르신, 장애인들을 위한 취약계층들을 위한 공적 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은 작년에 142억 대폭 삭감하더니, 리버버스에 208억이나 투자하겠다고 한다”라고 비판하면서 “리버버스에 쓸 돈을 쓸 돈을 공공돌봄 인프라에 확충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서울시당에서 함께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는 “리버버스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 및 통합성을 고려할 때 굉장히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면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추산 자료에서도 리버버스 사업은 2024년부터 6년간 약 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승선률은 평균 20%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통해 ‘리버버스 사업에 시 예산 204억 원, SH가 588억 원, 민간사업자가 306억 원을 투자해 공공자금만 790억 원 이상 투입된다’라는 지적에는 “리버버스 사업의 공공성 및 회계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SH공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투자규모 및 방식 등에 대해 SH공사 및 민간사업자와 협의 중으로 올해 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버버스 한 대당 승선율은 탑승 정원 199명의 20%이고, 해마다 고작 2%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지적에는 “리버버스 승선율을 20% 및 매년 2% 증가하는 것으로 정한 것은 리버버스 조례안에 첨부된 비용추계 당시 안건 상정의 기초자료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남산 곤돌라 사업 철회 촉구 집회. [박정우 기자]
남산 곤돌라 사업 철회 촉구 집회. [박정우 기자]

리버버스 이어 남산도 개발? 곤돌라 두고 불붙은 신경전

한강에 이어 남산도 서울시의 개발 사업을 두고 시민단체와 대립각이 세워졌다. 시는 지난 6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생태와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남산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약 400억 원을 들여 곤돌라를 설치한다. 

시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남산의 공공성 강화’, ‘여가공간 조성’, ‘생태환경 회복’을 중점으로 삼았다. 특히 ‘공공성 강화’를 위해 ‘친환경 곤돌라’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곤돌라가 설치되면 무경사·무장애 동선을 계획해 257만 명의 교통약자에게 남산에 접근할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고, 별도의 차량 없이 누구나 쉽게 올 수 있어 남산의 공공성이 높아진다는 게 시의 입장.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곤돌라를 만드는 과정과 곤돌라를 이용할 때 환경에 대한 피해를 적게 해 시민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친환경 곤돌라라는) 용어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단체에서 지주설치에 따른 생태 훼손을 우려해 남산 순환로라든가 식생이 없는 부분에 기둥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고 부연했다.

환경단체 “남산, 녹색 공간 만들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

지난 13일 취재진 찾은 남산 곤돌라가 설치되는 인근 리라초등학교 앞에서는 환경단체들의 규탄집회가 이뤄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지난 수십 년관 서울시와 서울 시민들이 남산을 녹색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라며 “근데 갑자기 이곳을 개발한다는 게, 발상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어느 270m밖에 안 되는 낮은 야산에 케이블카가 있고 또 곤돌라가 있느냐”라며 “학부모들도 반대 운동과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한다고 했는데 이건 강자와의 동행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리버버스, 곤돌라 등 서울시 개발사업이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의 설득력이 서울 시민에게 닿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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