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퇴근길 대란… 사전 시뮬레이션 안 했다?
서울시 “혼잡도 파악했지만, 시민 의견수렴은 안 거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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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올해 초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에서 퇴근길 대란이 발생했다. 지난해 요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대중교통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라며 시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 혼잡이 가중되면서 서울시가 교통 정책의 사전 시뮬레이션 없이 탁상행정을 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여론이 싸늘해졌다. 서울시 측은 “혼잡도를 파악해 시행계획을 수립했다”라고 해명한 가운데, 민주버스노조는 서울시 교통 정책 비판과 함께 현장 버스 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갑진년 시작부터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에서 ‘퇴근길 대란’이 일어났다. 남대문세무서, 서울백병원 광역버스 정류소도 교통 혼잡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자자하다. 지난해 적자 문제와 쾌적한 대중교통 환경 조성을 이유로 요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7일 명동 광역버스 정류소 인도에 노선 표시 시설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표지판이 들어서자 정체가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내판 앞에 정차하기 위해 광역버스들이 대기하면서 정체가 심해졌고, 시민의 탑승 대기 시간은 길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시는 지난 5일부터 이달 말까지 표지판 운영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승하차 혼잡을 줄이기 위해 줄서기 표지판을 설치했으나 서울역부터 명동역까지 버스의 열차 현상(버스끼리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 벌어져 노선 분산이 완료될 때까지 표지판 운영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경기도와의 협의를 통해 이달 안으로 광역버스 노선조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어 일부 노선의 정차 위치 조정을 통해 정류소 혼잡 완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후 정류소 혼잡 상황이 완화되면, 승객의 사고 방지 및 안전 확보를 위해 다시 표지판을 운영하는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버스 대란’ 서울시가 자초?… 사전 시뮬레이션 논란

하지만 ‘명동 퇴근길 대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표지판 설치 정책과 관련해 대체로 “정책을 바꾸기 전 사전 답사를 통해 현장을 확인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 언론사는 ‘퇴근길 대란’을 두고 명동입구 정류소와 관련해 서울시가 사전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초 준비작업조차 없이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임규호 서울시의원실, 홍기원 국회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 ‘광역버스 노선 대기표지판 운영 사업 실시 전 시뮬레이션/설문조사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는 줄서기 표지판을 설치하기 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은 교통 운영 정책 변경 및 시행 시 반드시 필요한 절차로 여겨진다. ‘미시적 교통분석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경우 개별차량의 가감속, 차로변경, 차량추종 등 매우 상세한 상황이 표현돼 실제 상황과 유사한 교통흐름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해명 “혼잡도 파악했다”, 시민 의견수렴은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혼잡도를 파악해 시행계획을 수립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용량편람’을 바탕으로 ‘정류소 용량산출’에 따라 혼잡도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장 시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도 “별도의 설문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직접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불만도 크다. 차상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기획국장은 “현장에서 (기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라며 “현재 서울시 정책으로는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차 국장은 “경기도는 입석 금지가 전역으로 확산됐다”라며 “입석 금지가 시행되면 한 버스당 탑승객이 줄어 차를 증차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를 총량제로 규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버스가 증차되지 않다 보니 대기가 더 길어지는 상황이다. 근데 혼잡률을 줄이겠다고 표지판을 세운 셈”이라며 “시민들의 쾌적한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서는 서울시가 총량제를 해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 “광역버스 입석금지, 추가 사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일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를 찾아 “퇴근시간대 550대 버스가 정차하면서 큰 혼잡이 빚어져 시민 안전을 위해 ‘줄서기 표지판’을 세웠다”라며 “추운 겨울에 많은 시민들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을 겪게 해드려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이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것과 똑같이 혜택과 배려를 누리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면서 “포화 상태에 이른 광역버스를 좀 과감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역버스 서울진입 노선 승인율은 오 시장 취임 전후인 2020년 75.9%에서 지난해 82.2%로 높아졌다.

오 시장은 “기존 광역버스 정거장이 멀어지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최대한 모색하고 그게 안 되면 광역버스 입석 금지 등 정부, 경기도와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추가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안전의 문제가 직결돼 있어 쉬운 건 아니지만, 경기도민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면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지난해부터 시위, 혼잡 등으로 연이은 대중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이어 지하철, 버스 등 요금 인상까지 겪으며 출퇴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이 좀 더 현장에 와닿는 밀접한 정책으로 다가갔으면 한다는 바람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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